당신의 몸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자. 중년에 도달할 때쯤이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미 25년 동안 세포 감소가 이루어진 상태다(너무 놀라지 않아도 된다. 당신이 40대에 얼마나 가깝건 멀건, 세포 감소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테니까). 세포 감소 과정은 매우 교활하게 진행되어 당사자는 물론 주치의도 거의 눈치채지 못한다. 근육 뭉침이나 늘어나는 뱃살, 오래가는 숙취, 시력 감퇴 등의 증상으로 알아차리거나 몸매 유지가 열 배는 더 힘들어진 것으로 알아차릴 수도 있다. 난소에서 갑상선까지 내분비선의 기능이 시원찮아지면서 호르몬 생산이 어려워진다. 그다음에는 근육량이 줄어들고 지방으로 바뀌며 내가 최근 헬스장에서 열심히 운동하다가 그랬듯이 더 이상 점프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새벽 4시에 잠에서 깨는가 하면 수십 년 동안 자주 사용한 단어가 갑자기 생각나지 않는다.
당신의 몸은 고급 보르도 와인과는 달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지지 않는다. 괜히 와인을 들이키며 중년의 현실을 한탄하기 전에, 좋은 소식을 전한다. 최근에 이루어진 혁신적인 과학 발견 덕분에 이제 중년기는 몸과 유전자를 다시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중대한 기회를 제공한다. 노화의 가속이 시작되어 탈모 같은 사소한 골칫거리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나 유방암 같은 걱정스러운 질병으로 이어지기 전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실제로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는 2015년에 심장 질환, 당뇨, 뇌졸중, 알츠하이머 증가로 몇 년 만에 처음으로 평균수명이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자신과 관련 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진다면 2030년에 전체 인구 중 20퍼센트가 65세 이상에 해당한다는(2010년에는 13퍼센트였던 것과 대조) 사실을 떠올려보라. 알츠하이머 환자는 35퍼센트 늘어날 것이고 유방암 환자는 50퍼센트 늘어날 것이다. 당신은 이러한 통계 속의 한 명이 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다섯 가지 노화 인자
40대에 접어들면 노화의 영향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프렌치프라이와 설탕이 잔뜩 든 칵테일, 아이스크림 같은 것을 마음껏 먹었다가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흰머리가 하나둘씩 생기고 하루 종일 서 있으면 발목에 울퉁불퉁 핏줄이 드러난다. 돋보기 없이는 스마트워치도 읽을 수가 없다.(나도 지난주에 그랬다!) 호르몬이 갑자기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서 분명한 이유 없이 우울하고 피로해지고 감정 기복도 심해지며 스스로 뚱뚱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움직이다가 허리를 삐끗하는가 하면 스트레스에서 잘 회복되지 않으며, 숙면을 취하지 못해도 끄떡없던 예전과 달리 쉽게 활력을 되찾지 못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40대부터는 다섯 가지 핵심 인자 때문에 노화가 더욱 확실해져서 염증성 노화inflammaging로 이어진다. 염증inflammation과 합쳐져서 노화aging가 더욱 가속화되는 안타까운 증상이다. 나이가 아니라 기능 상실이 당신의 적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다음에 나오는 것들이 바로 염증성 노화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① 근육 인자
나이가 들수록 신진대사가 느려진다. 지방이 더 많이 축적되고 근육량은 줄어든다는 뜻이다. 노화는 근육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근육량 감소는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10년마다 평균 5파운드(약 2.3킬로그램)의 근육이 줄어들므로 중년기가 진행될수록 변화가 확실히 눈에 띈다. 세포의 측면에서도 미토콘드리아가 피로해진다. 미토콘드리아 역기능이라고 부르는 과정인데 운동 도중과 이후에 피로가 커지고 근육통이 생길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 소기관으로 음식물과 산소를 에너지로 바꾸는 세포 속 발전소나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세포 안에는 미토콘드리아가 1~2,000개 들어 있는데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되어 오물이 늘어나면 피로와 통증이 생긴다. 손상 원인은 설탕과 밀가루, 지나친 가공식품 같은 영양가 없고 칼로리만 높은 음식을 먹거나 독소에 노출되는 등 다양하다. 한마디로 제대로 관리해주지 않으면 근육이 지방으로 대체되고 예전보다 근력이 떨어진다. 40대부터는 근육량을 지키고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② 뇌 인자
뉴런(신경세포)의 속도와 유연성이 줄어든다. 알코올을 마시면 예전보다 쉽게 몽롱해지고 잠도 없어진다. 뉴런 사이의 연결고리인 시냅스가 예전 같지 않아서 갑자기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기도 한다. 기억하는 것보다 잊어버리는 것이 더 많아진다. 당신의 뇌가 빗속에 세워둔 낡은 트럭처럼 녹슬기 시작한다는 것도 문제다. (비타민 A, C, E 같은) 보호책이 없으면 유리기free radical(활성산소, 유해산소)가 산화 스트레스oxidative stress라는 과정으로 세포와 DNA, 단백질에 손상을 입힌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43세 이후로(곧 폐경 전후) 뇌가 에스트로겐의 윤활유와 기분 상승효과에 저항한다. 밀과 밀가루 식품에 든 글루텐은 문제를 악화할 수 있다. 뇌에서 기억 만들기와 감정 제어를 담당하는 해마는 특히 스트레스 상태에서 크기가 줄어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가 심하면 베타아밀로이드beta-amyloid 찌꺼기가 늘어나서 시냅스를 손상시켜 뇌세포를 죽이고 나아가 뇌를 알츠하이머 위험에 빠뜨린다. 뇌의 재생력과 가소성(고체가 외부의 힘을 받아 형태가 바뀐 뒤 그 힘이 없어져도 원래 모양으로 돌아가지 않는 성질-역주)을 유지하는 것(나이 들어가면서 뇌의 ‘가변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③ 호르몬 인자
나이 들면서 호르몬이 나쁜 쪽으로 변화한다. 남성과 여성 모두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들어 가슴과 엉덩이의 축적지방이 늘어난다. 여성은 모공과 피부를 보호해주는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든다. 에스트로겐 대 테스토스테론의 비율이 낮아지면 모발이 감소하고 심장 질환이 일어난다. 안타깝게도 갑상선 기능이 저하되고 그와 함께 신진대사 속도도 느려져 일 년마다(혹은 몇 달마다) 체중이 몇 킬로그램씩 늘어난다. 감기도 자주 걸린다. 갑상선에 혹이 생기거나 외부의 세균을 공격해야 할 항체가 면역 호르몬을 분비하는 갑상선을 적으로 착각해 스스로를 공격하는 일도 생긴다. 호르몬 인슐린에 대한 세포의 민감도가 커져서 아침마다 혈당 수치가 치솟기도 한다(50세 이후로 10년마다 혈당 수치가 약 10mg/dL씩 올라간다). 혈당이 높아지면 깜빡깜빡하는 일이 늘어나고 탄수화물을 섭취하려는 욕구가 커지며 주름살이 늘어나 얼굴이 더 나이 들어 보일 수 있다. 나이 들수록 수면을 제대로 취하기가 어려워져서 만성 수면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잠이 부족하면 (코르티솔 같은) 소모적 호르몬이 증가하고 (성장 호르몬 같은) 성장과 재생 호르몬은 감소한다. 코르티솔이 증가하고 성장 호르몬이 줄어들면 주름살과 안면 노화, 질병률과 사망률이 높아진다.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으면 뼈가 약해지고 성욕이 감퇴할 수 있다. 올바른 식단과 수면, 운동, 해독 작용이 노화에 따른 호르몬 문제를 되돌릴 수 있다.
④ 장臟 인자
물론 이러한 여러 인자 사이에는 중복이 있다. 면역계의 70퍼센트가 장 내벽 아래에 있다. 따라서 면역계가 과도한 자극을 받는 장소가 바로 그곳이다. 그럴 경우 초과 염증 반응이나 심지어 자가면역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위장관에는 3~5파운드(약 1.4~2.3킬로그램)의 미생물이 있는데 대부분은 박테리아와 소량의 효모균이며 입에서 항문까지의 점막에 존재한다. 미생물의 DNA는 100 : 1 비율로 당신의 DNA보다 수적으로 우세하며 집합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미생물 생태계)이라고 부른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마이크로바이옴은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을 비롯한 호르몬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미생물과 DNA의 불균형은 베타글루쿠로니다제beta-glucuronidase 같은 효소를 만들어 나쁜 에스트로겐이 늘어나고 좋은 에스트로겐이 줄어들게 한다.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가 심하면 부신피질자극호르몬 방출 인자corticotropin-releasing factor(CRF)가 증가해 장에 구멍이 나서 음식 불내증food intolerance(과민 반응)이 생기고 스트레스가 더욱 증가하며 신경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표인 미주신경(뇌에서 뻗어 나오는 뇌신경 중 하나로 심장, 흉부, 내장기관 등에 분포-역주) 긴장도 감소가 일어난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가 심하면 영양소, 특히 비타민 B군이 잘 흡수되지 못한다. 이를테면 몸이 제 기능을 하려면 주차장 전체가 필요한데 비타민 B군은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빈 주차공간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자세한 설명 때문에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장이 노화 시계를 가속화할 수도, 늦출 수도 있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된다.
⑤ 독성지방 인자
젊음과 건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주변 환경의 독소가 지방에 축적된다. 과학자들은 그것을 게론토겐스gerontogens라고 부른다. 발암물질이 암 발생률을 높이는 것처럼 게론토겐스는 건강에 해롭고 노화를 촉진한다. 환경오염, 담배 연기, 중금속, 자외선, 항암 요법, 식수 오염, 방부제, 농약 등은 모두 우리 몸에 나쁜 음모를 꾸민다. 예를 들어 유방암 항암 치료는 당신의 실제 나이에 15년을 더한다. 따라서 암은 사라져도 수명은 그만큼 줄어든다.
또한 복부에 축적된 지방은 다른 부위의 지방과 생화학적으로 다르다. 나쁜 화학물질들을 모아 염증성 화합물을 만들기 때문에 내장지방이 적은 사람보다 노화가 빨리 일어난다. 특정한 독성물질에 노출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독성물질을 축적하는 유전적 결함을 공격할 수는 있다.
이 다섯 가지 인자가 일으키는 최종 결과는 염증이 심해지고 면역계가 과민해져서 정상 조직을 공격하고 노화가 가속화되는 악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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